안양YWCA
 
 
 
 
 
작성일 : 12-02-16 09:28
11월 월례기도회 말씀
 글쓴이 : 안양YWCA
조회 : 2,603  
다시 산다면
(데살로니가전서 5:16-18)
 
 
 
 
장윤재 (이화여자대학교 기독교학부 교수 / 교목)
 
지난 제38회 전국대회에서 우리는 믿음의 새 순례길을 다짐하고 힘차게 그 길을 나섰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우리의 이 순례길에서 함게 생각하고 싶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미국의 한 사회학자가 만 95세 이상 된 고령자 50명을 대상으로 이런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만약 당신이 인생을 다시 한 번 살 수 있다면 어떻게 사시겠습니까?” 나이가 95세 이상이라면 적어도 양적으로는 인생을 후회 없이 살았다고 말할 수 있는 분들입니다. 그런데 이 분들의 입에서 다음과 같은 세 가지의 공통적인 답이 나왔습니다. 첫째가 "risk more," 더 많은 모험. 그러니까 좀 더 위험을 무릅쓰며 인생을 과감히 도전하며 살겠다는 뜻입니다. 둘째는 "reflect more," 더 많은 성찰. 인생을 좀 더 반성하고 더 깊이 돌아보며 살겠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thank more," 더 많은 감사. 인생의 매 순간에서 작은 것들을 더 고마워하며 살겠다는 말입니다. 참 재미있는 것은 이 분들의 세 가지 답이 오늘 우리가 읽은 데살로니가전서에서 사도 바울이 말하는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그리고 “범사에 감사하라”와 일치한다는 사실입니다. 2천 년 전 사도 바울은 우리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 세 가지가 무엇인지 이미 밝혀 놓았던 것입니다.
 
첫째 "risk more," 그러니까 다시 한 번 인생을 산다면 좀 더 과감하게, 위험을 무릅쓰고, 도전하며 살겠다는 말이 무슨 뜻입니까? 심리학자들이 한 가지 매우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우리 인간들은 살다가 실수한 일들에서는 ‘잠시’ 아픔을 느끼지만, 아예 실행에 옮기지도 못한 일로부터는 ‘평생’ 고통을 받는다는 사실입니다. 제 자신을 돌아보아도 그런 것 같습니다. 많이 살지는 못했지만 저도 살다가 이런 저런 실수를 저질렀고 그 때마다 상처를 받았을 텐데 지금 특별히 기억나는 것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가끔 혼자 있을 때나 조용히 산책을 할 때 문득 저의 마음에 떠올라 저를 아프게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아, 내가 그 때 그렇게 했어야 했는데, 그 때 거기서 이렇게 말을 했어야 했는데... 그래서 미국의 소설가 마크 트웨인(Mark Twain)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20년 후 당신은 실패한 일보다도 시도조차 하지 못한 일 때문에 더욱 크게 후회할 것입니다.”
 
사도 바울은 데살로니가 교회에 보낸 편지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항상 기뻐하라!” 이 말은 바보 같이 하루 종일 웃고 살라는 말은 아니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어떤 것이 성취되었을 때만 기뻐하라는 말도 아니었습니다. “항상 기뻐하라!” “판토테 카이레테!” 이 말 안에는 내게 어떤 어렵고 힘든 일이 닥치더라도 그것을 기쁘게, 즉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그것에 과감하게 대처하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런 의미로 “항상 기뻐하라”는 "risk more"와 같은 뜻의 말입니다. 탈무드에 의하면 이 세상에서 너무 지나치게 사용하면 안 되는 것이 세 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첫째는 빵의 누룩입니다. 빵을 못 먹게 되니까요. 둘째는 소금입니다. 너무 짜서 버리게 되니까요.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망설임’이라고 합니다. 지나치게 망설여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Risk more," 즉 후회 없는 멋진 인생을 살려면 실수와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항상 기쁜 마음으로,” 과감히 도전하며, 그리고 결심한 것을 실천에 옮기며 살아야 하겠습니다.
 
둘째로 "reflect more," 즉 인생을 좀 더 깊이 성찰하며 살겠다는 말이 무슨 뜻입니까? 그것은 우리 삶에서 가장 소중하고 가장 근원적인 것이 무엇인지를 늘 기억하며 살겠다는 뜻입니다. 사실 우리 현대인들은 너무 바쁩니다. 공부하고, 일하고, 연애하고, 결혼하고, 자식 키우고, 내 집 장만하랴 정신없이 앞으로, 앞으로만 달려갑니다. 그러다보면 도대체 왜 사는지, 그리고 한 번뿐인 삶에서 정말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살게 됩니다.
 
언젠가 인터넷에 ‘나를 생각하게 하는 글’이라는 제목의 좋은 글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이렇게 시작되는 글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더 높은 빌딩과 더 넓은 고속도로를 가지고 있지만, 성질은 더 급해지고 시야는 더 좁아졌습니다. 돈은 더 쓰지만 즐거움을 줄었고, 집은 커졌지만 식구를 줄어들었습니다. 일은 더 대충 대충 넘겨도 시간은 늘 모자라고, 지식은 많아졌지만 판단력을 줄어들었습니다. 약은 더 먹지만 건강은 더 나빠졌습니다. 가진 것은 몇 배가 되었지만 가치는 줄어들었습니다... 달에도 갔다 왔지만 이웃집에 가서 이웃을 만나기는 더 힘들어졌습니다. 외계는 정복했는지 모르지만 우리 안의 세계는 잃어버렸습니다. 수입은 늘었지만 사기는 떨어졌고, 자유는 늘었지만 활기는 줄었으며, 음식은 많지만 영양가는 적어졌습니다. 호사스런 결혼식이 많지만 더 비싼 대가를 치루는 이혼도 늘었습니다. 집은 훌륭해졌지만 더 많은 가정이 깨지고 있습니다.”
 
우리 시대를 성찰한 글입니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면서 정신없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우리 모두를 잠시 멈추어 세우는 힘을 가진 글입니다. 사실 ‘잠시 멈추어 설줄 아는 힘’을 잃어버린 것이 현대문명의 위기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파스칼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인간의 모든 불행은 단 한 가지, 고요한 방에 들어앉아 기도할 줄 모른다는 데서 비롯된다.” “인간의 모든 불행은 단 한 가지, 고요한 방에 들어앉아 기도할 줄 모른다는 데서 비롯된다.” 요즘 그리스도인들의 기도는 이것저것 달라는 요구가 너무 많습니다. 하지만 성서에서 기도라는 말은 ‘히트파레르’인데 그 원뜻은 ‘거울에 비추어 보다’입니다. 나 자신을 하나님이라는 절대자의 맑은 거울에 비추어 보는 행위가 바로 기도입니다. 때문에 기도는 무엇보다 먼저 침묵입니다. 내 입을 닫고 먼저 하나님 말씀하시도록 시간을 내어드리는 것이 기도의 첫 번째입니다. 사도 바울은 아까 읽은 데살로니가전서에서 “쉬지 말고 기도하라”고 권면했습니다. 이 말은 하루 24시간 입술을 움직여 중얼중얼 기도하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항상 기도하는 마음가짐으로 생활하라는 뜻입니다. 항상 하나님이라는 거울에 자신을 비추어 보라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reflect more," 즉 매일을 살면서 한 번뿐인 인생에 정말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깊이 성찰하며 살라는 뜻입니다.
 
가을은 기도하기 더욱 좋은 계절입니다. 김현승 시인의 ‘가을의 기도’ 가운데 이런 구절이 생각납니다.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수확의 계절, 하루의 수고를 마치고 잠자리에 드시기 전에 꼭 기도하는 시간을 가지시면 좋겠습니다. 자식들에게는 하루를 돌아보는 일기를 쓰라고 잔소리하고 자신은 밤늦게까지 텔레비전 보다가 그냥 쓰러져 자는 부모가 되시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녁식사 후 가까운 초등학교 운동장에 나아가 걸어보십시오. 러닝머신 위에서 TV 보며 뛰는 것도 좋지만, 하늘이 뻥 뚫린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까만 밤하늘의 별을 보며 천천히 걸어보는 것도 좋겠지요. 고요히 자신의 숨소리를 느끼며 침묵 속에서 걸어보십시오. 이 시간만큼은 홀로 있어도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묵상해보세요. ‘하나님 이제 말씀하소서. 제가 듣겠습니다.’
 
셋째로 "thank more," 그러니까 인생을 다시 한 번 살 수 있다면 좀 더 감사하며 살겠다는 말이 무슨 뜻입니까? 사도 바울도 “범사에 감사하라”고 했습니다.
 
어떤 목사님이 지하철을 탔습니다. 빈자리가 나서 앉았습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라는 기도가 절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어느 아주머니가 옆에 조금 나 있는 빈틈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밀치고 들어와 앉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대한민국 아줌마의 파워’에 밀려 자기는 일어서야 했습니다. 그러자 이 목사님은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평소 교인들에게 ‘범사에 감사하라’고 설교했는데, 도대체 이럴 경우에는 무슨 감사를 해야 할까... 잠시 후 이 목사님은 감사할 것을 찾아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내 앞의 저 아주머니가 제 아내가 아닌 것을 감사합니다.”
아담 스미스는 1776년에 발표한 그의 저서『국부론』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우리가 저녁식사를 기대하는 것은 정육업자나 양조업자나 제빵업자의 자비심 때문이 아니라 그들 각자의 이익추구 때문이다. 모든 개인은 자신의 안전과 이익을 추구하지만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 의도하지 않던 사회적 이익에 기여하게 된다.” 바로 서구 경제학을 지배한 근간논리인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에 관한 유명한 구절입니다.
 
하지만『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라는 책에 나오는 이런 이야기는 우리들에게 또 다른 ‘보이지 않는 손’이 있음을 말해줍니다. 어느 날 한 엄마가 저녁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어린 딸이 부엌에 와서 엄마에게 자기가 쓴 글을 불쑥 내밀었습니다.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잔디 깎은 값 5불, 내 방 청소한 값 1불, 엄마 심부름 다녀온 값 50센트, 동생 봐준 값 25센트, 쓰레기 내다 버린 값 1불, 숙제 잘한 값 5불, 마당 청소한 값 2불, 도합 14불 75센트를 청구함.’ 엄마는 잔뜩 기대에 차서 바라보는 딸의 얼굴을 한동안 쳐다보았습니다. 이윽고 엄마는 연필을 가져와 딸이 쓴 종이 뒷면에 이렇게 적습니다. ‘너를 내 뱃속에 열 달 동안 데리고 다닌 값 무료, 네가 아플 때 밤을 세워가며 간호한 값 무료, 너 때문에 지금까지 이렇게 힘들어하고 눈물 흘린 값 무료, 장난감, 음식, 옷, 그리고 네 코 풀어준 것도 무료, 이 모든 것 말고도 너에 대한 내 사랑 무료, 전부 무료...’ 딸은 얼마가 쓴 글을 다 읽고 나더니 눈물을 뚝뚝 흘리며 엄마에게 말합니다. ‘엄마 사랑해요!’ 그리고는 연필을 들어 큰 글씨로 자시의 청구서 밑에 이렇게 적습니다. ‘All paid! 모두 지불되었음!’ M. 아담스라는 사람의 글입니다. 그는 여기에서 화폐경제로는 설명할 수 없는 ‘사랑의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현대인들은 대부분 화폐가치로 환산될 수 있는 것들에만 감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명절이나 생일 때도 직접 만든 작은 선물보다도 대게 현금이나 상품권을 더 선호하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가 진심으로 감사해야 할 것은 ‘값으로 따질 수 없는 것들’입니다. 너무 귀해서 아예 값을 매길 수 없는 것들을 영어에서는 "price-less"라고 하지요. 즉 아예 ‘값이 없는 것’입니다. 오늘 아침 이 세상을 환하게 밝혀주는 저 햇빛이 바로 "price-less"한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한 순간도 쉬지 않고 마시고 있는 이 공기도 ‘값이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이처럼 이 자리에 앉아 있기까지 모든 것을 무료로 베풀어준 부모님의 헌신적인 사랑과, 또한 결점 투성이인 우리들을 인내가 격려로 지켜보아주고 있는 선생님들과 친구들의 사랑이 바로 가격표를 붙일 수 없는 "price-less"한 것들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생명을 주시고 그 생명이 생존할 수 있는 물과 바람과 공기를 주시며, 또 영원한 생명의 길에 이르도록 십자가에 달리신 하나님의 사랑은 정말이지 값으로 따질 수 없는 것입니다. 우리들의 존재 뒤에는 이와 같은 ‘보이지 않는 손’이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이러한 보이지 않는 손에 빚진 자들인 것입니다.
 
경애하는 여러분, 우리들은 대게 어떤 크고 중요한 일에만 감사기도를 드리는데 정작 한 가지 가장 중요한 것에 대한 감사를 빠뜨리고 있지는 않습니까. ‘오늘 아침에도 태양이 떠오르고 환한 햇살을 비추어 주신 것’에 대한 감사가 빠져있지는 않습니까. ‘너무도 당연한 것들’에 대한 감사가 혹시 빠져있지는 않습니까. 호흡처럼 너무나 소중해서 값으로 매길 수 없는 것들에 대한 감사가 우리의 삶에서 잊혀져 있지는 않습니까. 오늘날과 같이 모든 것이 상품화되는 사회 속에서 우리 자신과 지구 생태계를 살릴 수 있는 길은 우리에게 값없이 주어진 은혜와 사랑에 감사하는 영성입니다. 가격표 없이 주어진 것들을 찾아보십시오. 지금 우리를 돕고 살리고 있는 보이지 않는 사랑과 은총의 손길을 마음의 눈으로 돌아보십시오. 그리고 그 손을 잡아보십시오.
 
그리고 특별한 날을 이야기 하지 마십시오. 매일 매일이 특별한 날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과 보다 따뜻한 관계를 맺으십시오. 가족들, 친구들과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십시오. 인생은 결코 생존게임만은 아닙니다. 시간을 내서 해야 할 일들을 적어보세요. 그리고 그중에서 굳이 돈으로 해야 할 필요가 없는 일들을 먼저 해보세요. 우리 가족과 친구들에게 자주 얼마나 고마워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해주세요. 친구가 어떻게 지낼까 궁금해 하지 마세요. 지금 당장 전화를 걸어보세요. 당신의 인생에 그리고 주변사람들의 삶에 풍부하게 웃음과 기쁨을 보태줄 수 있는 일들을 뒤로 미루지 마세요. 매일, 매시간, 매순간이 특별한 은총입니다.
 
경애하는 여러분, 우리는 지난 제38회 전국대회에서 믿음의 새 순례길을 다짐했습니다. 오늘 하루도, 이번 한 주도 그리고 남은 인생의 시간 동안 우리의 이 믿음의 순례길에서 좀 더 과감하게, 좀 더 깊이 성찰하면서, 그리고 좀 더 감사하며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Risk more, reflect more, thank more.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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